마지막 아이의 결과까지 나오고 나면, 그동안 꽉 차 있던 일과에 갑자기 빈칸이 생깁니다. 성적표를 들여다볼 일도, 설명회를 찾아다닐 일도 없어졌는데 후련함보다 허전함이 먼저 올 때가 있습니다. 이 글은 입시 도중의 번아웃이 아니라, 다 끝난 뒤 부모에게 남는 빈자리를 돌보는 글입니다.
입시를 치르는 동안의 에너지 관리는 입시 3년을 완주하는 부모의 에너지 관리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은 그 뒤, 역할이 끝난 자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끝났는데 허전한가?
- 오래 한 역할이 끝나면 '홀가분함'과 '상실감'이 함께 옵니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게 아닙니다.
- 자녀의 입시를 내 일처럼 느껴 왔다면, 그 끝은 내 일의 끝처럼 느껴집니다.
- 특히 마지막 아이라면, 긴 세월의 '입시 부모' 역할 자체가 마무리되는 것이라 빈자리가 더 큽니다.
허전함은 그만큼 열심히 곁을 지켰다는 증거입니다. 이제는 그 마음을 자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돌릴 때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하나는?
빈자리를 자녀에게 다시 채워 달라고 하지 마세요. 끝난 뒤에도 매일 전화하고, 진로를 대신 챙기려 들면 자녀의 독립과 부모의 허전함이 부딪칩니다.
→ 대신 이렇게: 허전함은 인정하되, 그 자리를 나의 시간으로 조금씩 채워 갑니다.
대신 해볼 수 있는 것은?
- 미뤄 둔 '나'를 하나씩 되찾습니다 — 입시 동안 접어 둔 취미·관계·운동을 작게 다시 시작합니다. 거창할 필요 없이, 비워진 시간에 나를 위한 일을 하나 넣는 것부터입니다.
- 감정을 자녀에게 '짐'이 아니라 '사실'로 전합니다 — "엄마는 좀 허전하네, 그런데 네가 잘 지내는 게 제일 기뻐"처럼 말하면, 자녀는 미안함 대신 사랑을 받습니다. 자녀의 입시와 나를 지나치게 동일시해 온 경우라면 자녀의 입시를 내 성적표처럼 느낄 때 거리를 되찾는 법이 도움이 됩니다.
허전함이 오래갈 때
빈자리가 2주 넘게 이어지며 잠·식욕·의욕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면, 혼자 눌러 두지 마세요.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거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가까운 의료기관에 상담을 청하는 것도 자신을 돌보는 방법입니다. 오래 애쓴 사람일수록 끝난 뒤를 챙길 자격이 있습니다.
한 줄 요약
막내의 입시가 끝난 뒤의 허전함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 자리를 자녀에게 다시 채워 달라고 하기보다, 미뤄 둔 나를 하나씩 되찾으세요. 긴 입시를 함께 완주한 부모에게도 '다음'이 필요합니다.
허전함은 잘 지켜 왔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그 마음을 나에게로 돌릴 차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