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구글은 500만 권이 넘는 책을 스캔한 데이터에서 특정 단어가 해마다 얼마나 자주 쓰였는지 보여 주는 도구(Google Books Ngram)를 공개했다. 사람들은 곧 이상한 놀이를 시작했다. '자유'라는 단어가 어느 시대에 급증하는지, 사라진 옛말이 언제 사라졌는지를 그래프 한 장으로 보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500만 권을 읽지 않았는데, 그래프는 한 세기의 언어 변화를 보여 주고 있었다.
이 글은 "문학을 읽지 않고 분석한다"는 도발적인 말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한 학생을 위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문학을 대충 다룬다는 뜻이 아니라 개별 작품 한 편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규모의 패턴을 다루는 일이다.
소설 수천 편을 한꺼번에 보면 무엇이 보이나?
한 편의 소설을 깊이 읽으면 그 작품의 주제·문체·인물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19세기 영국 소설의 제목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짧아졌는가", "한 세기 동안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이 어떻게 이동했는가" 같은 질문은 한 편만 봐서는 답할 수 없다. 답하려면 수천 편을 같은 잣대로 세어야 한다.
이렇게 개별 작품에서 물러나(distant) 전체를 조망하는 방식을, 문학 연구자 프랑코 모레티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용어를 빌려 '원거리 읽기(distant reading)'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하는, 한 문장씩 음미하는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의 반대편에 있는 관점이다.
자세히 읽기가 나무 한 그루의 나이테를 세는 일이라면, 원거리 읽기는 숲 전체의 나이 분포를 지도로 그리는 일이다.
이 현상을 다루는 학문은 무엇인가?
이렇게 문학·역사·철학 같은 인문학의 질문을, 대량의 텍스트를 계량하는 방법으로 다루는 분야를 디지털인문학(digital humanities)이라고 한다. 문학 연구·역사학·언어학의 질문을 그대로 두되, 답을 찾는 도구로 통계와 컴퓨터를 끌어들인 것이다.
경계를 분명히 해 두면 좋다. 디지털인문학은 데이터과학의 한 응용이 아니다. 데이터과학이 "이 데이터에서 무엇을 예측할까"를 묻는다면, 디지털인문학은 "이 시대의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가" 같은 인문학의 질문을 먼저 세우고 그에 맞는 계량 방법을 고른다. 질문이 인문학에서 나온다는 점이 이 학문을 데이터 분석과 구분한다. 학문의 여러 갈래가 한 문제에 모이는 방식이 궁금하다면 인지과학 — 여러 학문이 한 질문에 모이는 곳도 함께 읽어 볼 만하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무엇과 이어지나?
두 갈래가 맞닿는다. 하나는 공통국어의 문학·매체 영역이다. 서술자·시점·문체 같은 개념은 자세히 읽기의 도구인데, 디지털인문학은 바로 이 개념들을 '셀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 예컨대 "3인칭 서술이 몇 세기부터 늘었는가"를 세려면 먼저 서술 방식을 분류할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은 문학 수업에서 배운 개념에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정보 교과다. 텍스트를 단어 단위로 쪼개고, 빈도를 세고, 시대별로 묶어 비교하는 일은 자료를 구조화하고 처리하는 정보 교과의 사고와 곧바로 이어진다. 문학의 언어를 다루는 감각은 언어학 — 세상의 말들은 왜 어순이 제각각일까에서 다룬, 언어를 규칙의 체계로 보는 시선과도 통한다.
두 교과가 한 사람 안에서 만날 때 디지털인문학이 시작된다. 문학을 읽을 줄 알아야 무엇을 셀지 정하고, 정보를 다룰 줄 알아야 실제로 셀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이걸 어떻게 배우나?
디지털인문학은 국문·영문·사학 같은 전통 인문학과에 개설된 과목으로 배우기도 하고, 별도의 융합 전공·연계 과정으로 두기도 한다. 대학마다 이름도 위치도 크게 다르므로, 관심 있는 학교의 개설 과목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공통적으로는 텍스트를 수집·정리하는 법, 단어 빈도와 주제를 통계로 요약하는 법, 그리고 그 결과를 문학사·역사적 맥락 위에서 해석하는 법을 함께 다룬다. 마지막 '해석' 단계가 이 학문의 무게중심이다 — 그래프가 보여 주는 상관을 곧바로 결론으로 읽지 않도록 훈련한다. 이 함정은 1,000명에게 묻고 5,000만 명을 말한다 — 표본이 전체를 대신하는 근거에서 다룬, 숫자를 해석하는 태도와 정확히 같은 문제다.
여기서 뻗어 나갈 탐구 질문 3가지
-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여러 편에서 자주 쓰는 단어를 세어 보면, 그 작가의 '문체'라고 부르던 인상이 실제 빈도로 나타날까? 나타나지 않는다면 문체란 빈도가 아닌 무엇일까?
- 같은 시를 여러 번역가가 옮긴 판본들에서 문장 길이·어휘를 비교하면, 번역가마다의 선택이 숫자로 보일까? (관련: 번역은 왜 원문과 같아질 수 없나)
- 단어 빈도 그래프에서 어떤 단어가 특정 연도에 급증했다면, 그것을 '그 시대의 관심'이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할까?
한 줄 요약
디지털인문학은 문학을 대신 읽는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이 평생 못 읽을 규모의 텍스트를 세어 개별 작품에서는 안 보이는 패턴을 묻는 학문이다. 질문은 인문학에서, 도구는 계량에서 온다.
이런 융합 소재로 세특·탐구를 설계할 때 어려운 건 '무엇을 셀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기 것으로 벼리는 일이다. TimeLevelUp은 학습 계획과 탐구 기록을 한자리에서 관리하도록 돕고, 13년간 학종을 지도해 온 생기부레벨업의 1:1 컨설팅은 이런 교차 관심을 학생부의 서사로 잇는 방법을 함께 찾는다.

